「고민을 잘 풀기 위한 공식들」-고민의 위치를 파악하라
나를 곤혹스럽게 하는 사안을 해결할 방법을 찾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고민의 GPS를 켜서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내 삶이라는 큰 지도에서 이 문제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그리고 그 깊이나 높이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찾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음의 세 가지 기준으로 고민의 위치를 측정할 수 있다.
첫째, 고민하는 사안에 대한 내 반응을 감정적 영역이 주도하는지, 인지적 영역이 주도하는지를 구별한다. 만약 고민을 앞에 두고 '이 일이 잘못되면 나는 망할 거야' 같은 불안이 앞선다면, 이는 감정이 주도적인 상황이다. 반대로 특별한 감정의 움직임 없이 '내일 여행 가기, 회의 준비하기, 보고서 검토하기'와 같이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복잡한 상황이라면, 이것은 인지적 영역으로 분류한다.
둘째,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을 구별한다. 내일 해도 되는 일과 먼 미래에 일어날 일은 바로 처리해야 할 일이 아니다. 더구나 미래의 일은 생길 수도 있고 안 생길 수도 있는 가능성의 영역 안에 있는데, 이를 현재의 일로 느껴서 갑자기 중요한 일이 되어버리면 고민에 고민을 더하는 꼴이다.
감정과 이성을 구분하는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과거-현재-미래 사이에서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의 시간성을 확실히 하는 것이다.
셋째,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자산을 점검한다. 많이 피곤하고 지쳐 있을 때와 에너지가 충분할 때 할 수 있는 행동은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런 부분을 쉽게 무시하고 사안의 중요성에만 초점을 맞춰 에너지를 투자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된다. 하루가 끝나가는 늦은 저녁과 충분히 푹 쉬고 난 오전 10시의 에너지 총량은 다르다. 같은 고민이라도 깊이 생각해야 하는 일이라면 가급적이면 지친 오후보다는 오전이 낫고, 에너지가 많이 모자라는 것 같다면 생각의 덩어리를 쪼개서 일부만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뇌 용량을 확보하라
인간의 뇌는 이미 정해진 크기에서 더 커지지 않는다. 노력한다고 이미 만들어진 찻잔을 냉면 그릇으로 바꿀 수는 없다. 그러므로 용량이 제한돼 있다는 대전제가 필요하다. 괜히 뇌의 용량을 늘리는 방법을 찾는 데 애를 쓰다가 좌절하지 말고, 내게 주어진 용량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그렇다면 뇌의 용량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무제를 질보다 양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만약 뇌가 정지한 것처럼 피곤해서 어떤 것도 결정하기 어렵다면 오늘치 용량이 다 차버렸다는 신호다. 수면과 잠깐의 휴식은 빈틈없이 꽉꽉 들어찬 뇌를 비워준다.
루틴을 만들어라
루틴은 다른 의미로 습관화라고도 할 수 있다. 의식하지 않고도 그 행동을 하고, 그 행동을 하면서 다른 생각이나 반응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이 습관이다. 루틴을 많이 만들면 그만큼 여유 공간이 생기고, 그 행동을 할 때에는 뇌가 거의 거저 움직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루틴으로 한 행동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억이라는 저장 공간도 사용하지 않는다. 에너지도 덜 들고 보관 비용도 안 드는 것이 루틴이다.
당장 해결하지 않아도 좋다
갑자기 급박한 상황이 닥치면 합리적으로 고민하기보다는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강한 압박감이 온다. 그러면 눈앞의 상황이 '당장 해결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실재하고 있음'으로 느껴진다.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 압박감에서 잠시 떨어져서 그 상황이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인지, 중요한 일인지, 실재하는 것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특히 상황이 안 좋을 때에는 빠른 결정을 내리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애매한 상황을 견디고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나는 그런 능력을 '마음의 내공'이라고 부른다. 종결 심리와 조바심의 등 떠밀기를 참아내고 견뎌보자. 의외로 외부의 상황 변수가 바뀌면서 고민이 쉽게 풀려버리기도 한다.